현실에 대한 깊은 고찰이 투영된 값진 결과물
1948년생인 송광익 작가는 수창초교, 계성중, 계성고를 졸업하고 계명대학교 사학과를 진학했다. 그 후 작가 내면에서 소리치는 창작에 대한 열정과 의지는 미술학과 전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작품에 나타난 주제 의식이나 실존적인 표현은 역사에 대한 작가의 인식이 창작의 영역에서 고스란히 재발견되고 있다. 1970년대 대구현대미술제에 참여한 실험적 자세, 1980년 일본 유학 시절까지 사건과 공간 속에 억압된 시대적 비극이 표현된 서사적인 유화 작품에도, 1986년 이후 <인간>시리즈에 나타난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은유적 화법에도 시대정신을 잃지 않고 담아낸 작가이다.
이번 달서아트센터에서 한 달간 보여줄 전시 <지(紙)에서 지물(紙物)로>에서는 전통적인 소재인 한지에서 찾아낸 공간적 표현인 <지물>시리즈의 신작과 미발표 작품, 그리고 재료의 관계를 연결하는 설치작업을 보여준다. 작가의 예술세계 후반기 절대적인 재료인 ‘한지’, 이를 이용해 예술적 표현의 정점에 다다른 작품들을 조명코자 한다.
작가에게 한지는 현실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복잡한 관계들을 다양한 시각적 결과물로 보여주는 재료로 적합했을 것이다. 한지의 흡수력은 다채로운 색채의 변조를 보여줄 수 있었으며, 유연성은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연결성을 보여주기 위해 손끝으로 수만 장의 한지를 찢고, 접고, 자르는 행위를 하기에 용이했을 것이며, 접은 종이 세워 두 개를 다시 마주 보며 풀로 붙여가는 과정으로 또 하나의 입체 공간을 구성할 수 있는 강도와 내구성을 두루 갖춘 재료이다. 또한, 한지의 투과성은 공간과 공간을 리드미컬하게 연결시켜 화면 전체가 유기적인 형태로 미세하게 변화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기에 작가의 정화된 내면과 함께 강렬한 감정을 동시에 전달하는 시각적 효과를 보여줄 수 있다.
작업실에서 본 젊은 시절 사진에 비친 작가의 눈이 지금도 노화가의 눈에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느낀다. 현실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인내와 절제된 작업을 보여주지만, 그의 눈 속에 꿈틀거리는 강렬함은 상상력과 열정이 가득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선명한 작가의 시선이 살아있는 한 작업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을 것이라 믿음을 주는 식견을 가진 76세의 원로작가 송광익, 그에게 새로움을 기대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달서아트센터 문화기획팀장 조동오
★인터뷰 영상 : https://youtu.be/HJbo8tMplAQ?si=QXboJgmt_7wxziup
[약력]
송광익(Song Kwang Ik)
1976 계명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1979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 석사 졸업
1984 일본 규슈산업대학 대학원 미술연구과 석사 졸업
개인전 29회
2023 <원로작가 회고전: 송광익>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2022 통인화랑, 서울
쇼코갤러리, 일본
2019 솔루나 파인아트, 홍콩
주요 단체전 (100여회)
2023 대구현대미술제
2021 <송광익, 김기린, 변용국: Untitled> 통인화랑, 서울
2020 <메이드 인 대구Ⅱ> 대구미술관, 대구
2019 <SOFA CHICAGO 2019> 시카고, 미국
<홍콩아트센트럴> 솔루나 파인아트, 홍콩
수상
2013 제27회 금복문화상 수상, 금복문화재단
1982 제3회 기타큐슈 비엔날레 수상, 기타큐슈시립미술관, 일본
제11회 Salon de Rupa 은상, 후쿠오카현립미술관, 일본
1981 제10회 Salon de Rupa 장려상, 후쿠오카현립미술관, 일본
소장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통인화랑,
일본 기타큐슈시립미술관, 일본 구로가와 인 미술관 등